대중 가요 가사, 삶을 노래하다
노랫말아 이야기 마중 가자
유동완 지음 / 휴앤스토리
사람이란 참 묘합니다. 노래를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노래도 좋아하지만 노래 부르기를 못합니다. 하지만 유독 노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사연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90년대 이전까지의 노래는 가사도 좋지만 만들어진 사연과 배경이 유난히 서사적이라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많습니다. 최근 대중가요 역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노래에 많은 사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꽤나 흥분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 노래 해설 관련 책들을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유동완의 <노랫말아 이야기 마중 가자>입니다.
하고 싶은 사람에게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사람에게 핑계가 보인다고 했죠. 이 책도 찾고 찾아 알게 된 책이라 그런지 손이 들리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표지에 '대중가요 스토리텔링 그 첫 번째 이야기'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럼 또 다른 책을 낸다는 뜻이겠죠. 기대가 됩니다.
왜 대중가요 가사일까요? 저자는 책을 시작하면서 이 부분을 짧지만 의미심장하게 풀어냅니다. 먼저는 대중가요가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죠. 당대의 노래를 들으면 그 당시의 상황이 어떤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노래를 듣는다면 감동은 배가 될 것입니다. 머리말에 처럼 올린 가사는 밥 딜런의 '블로잉 인 더 윈드'입니다.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인생의 길을 걸어야만 사람다운 사람이 될까?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만 편히 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이 날아다녀야만 영원한 평화가 올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다네. 바람 만이 ····
이 노래 가사는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무슨 말일까요? 흰 비둘기, 바다 뒤, 포탄, 평화 등등의 단어는 낯설면서도 조화를 이루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노래가 베트남 전쟁이 한 창일 때 수많은 미국의 젊은이들이 월남에서 목숨을 잃고 있었습니다. 밥 딜런은 정치적 야욕의 희생양이 되어 죽어야 했던 젊은 이들을 애도하고, 전쟁을 반대하기 위해 지은 곡이라고 합니다.
책은 모두 4부로 나누어 주제를 분류했습니다. 1부에서는 '해학을 품은 가요', 2부는 '자식을 향한 부모님의 사랑을 품은 가요', 3부는 '설화를 품은 가요', 4부는 '역사를 품은 가요'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대중가요의 특징과 특생을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저는 모든 주제와 노래들이 흥미로웠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1부의 해학 가요와 4부의 역사 가요가 좋았습니다.
유독 마음에 아팠던 노래는 은방울자매가 불렀던 <삼천포 아가씨>였습니다. 저도 이 노래의 기원을 대충은 알고 있지만 이 책은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갑니다. 이 <삼천포 아가씨>는 일제강점기 시절 홋카이도로 강제 징용을 떠난 사랑하는 재호를 기다리는 순희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이자 사랑을 속삭인 재호와 순희는 일제강점기 시절 재호가 강제징용으로 끌려가면서 이별을 하게 됩니다. 재호는 건강한 몸으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해방이 되어도 돌아오질 못합니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수많은 조선인들은 먼 이국 적국의 땅에서 적국을 이해 강제 노동을 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삼천포는 임진왜란 때고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항구도시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슬픈 이야기가 있었다니 놀라운 뿔입니다. 순희는 재호를 기다리다 마지막까지 약방에서 일을 하며 홀로 지내다 숨을 거두었다 합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순애보가 아닐까요?
참 좋은 책입니다. 대중가요를 사랑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 보시기를 바랍니다. 후회하지 않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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